용의 숙명 . Морган Рай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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Название 용의 숙명
Автор произведения Морган Райс
Жанр Зарубежное фэнтези
Серия 마법사의 링
Издательство Зарубежное фэнтези
Год выпуска 0
isbn 9781640294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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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릴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만일 검을 들어올리지 못한다면? 개리스 왕은 이런 생각을 애써 지웠다.

      저 멀리 한쪽에서 커다란 문이 끼이익 하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러자 곳곳에서 흥분 섞인 쉿, 조용히 라는 소리가 울렸고 고조된 기대감으로 이내 연회장엔 침묵이 흘렀다. 힘이 아주 건장해 보이는 12명의 병사들이 다같이 운명의 검을 이고 그 무게를 견디기 힘든 듯 안간힘을 쓰며 연회장에 들어섰다. 건장한 병사들은 6명씩 나란히 이열 종대로 중앙에 검을 이고 아주 천천히, 한 발짝씩 내디디며 운명의 검을 연회장 내부로 이동시키고 있었다.

      운명의 검이 서서히 다가오는 모습에 개리스 왕의 심장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한 순간, 개리스 왕은 자신감을 상실했다. 이렇게 건장한 체구의 병사 12명이 함께 들고서도 힘겹게 고군분투하며 겨우 이고 있는 저 검을 어떻게 들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개리스 왕은 이러한 생각을 곧 마음 속에서 지워버렸다. 어찌됐든, 운명의 검은 힘이 아닌 운명에 따라 들어올릴 수 있는 검이었다. 이내 개리스 왕은 자신이 왕좌를 지킬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운명에 따라 이 자리에 서 있고, 선대 맥길 왕의 장자로서 태초부터 왕위에 오를 운명을 타고 났음을 스스로에게 상기시켰다. 개리스 왕은 군중을 둘러보며 아르곤을 찾았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개리스 왕은 충동적으로 아르곤의 의견을 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아르곤이 가장 필요한 순간이었다. 어째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이 순간 아르곤 외에는 다른 누구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럼에도 역시 아르곤을 찾아내는 일은 불가능했다.

      마침내, 12명의 병사들이 햇살이 비치는 연회장 한 가운데에 이르렀고, 무쇠 갈래 위에 운명의 검을 어렵사리 내려놨다. 운명의 검은 금속이 부딪히는 쨍그랑 소리를 연회장 가득 울려 퍼트리며 무쇠 갈래 위에 놓여졌다. 연회장은 완전한 침묵 속에 휩싸였다.

      군중들은 본능적으로 두 갈래로 나뉘어 개리스 왕이 운명의 검으로 향하는 길을 만들었다.

      개리스 왕은 이 순간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군중의 관심을 만끽하며 천천히 왕좌에서 몸을 일으켰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어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개리스 왕은 다시는 이렇게 왕국 전체의 완전하고 강렬한 집중을 받는 순간이 오지 않으리란 걸 잘 알고 있기에 자신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더욱 신경 썼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이 순간을 셀 수도 없이 꿈꿔왔다. 그리고 지금 그는 이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최대한 오랜 시간 동안 이 순간을 음미하고 싶을 뿐이었다.

      개리스 왕은 모두의 시선을 흠뻑 받으며 한걸음 한걸음씩 서서히 왕좌에서 내려왔다. 발 밑에 깔린 붉은 양탄자의 감촉이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그는 그렇게 햇살이 내리쬐는 운명의 검으로 서서히 다가갔다. 걷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꿈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그는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봤다. 꿈 속에서 수백만 번이나 검을 들어올린 덕에 이 양탄자 위를 걷는 자신의 모습이 익숙했다. 이 모든 것이 검을 들어올릴 자신의 운명을 말해주는 듯 했고, 지금 이 순간은 분명 운명을 향한 발걸음이었다.

      그는 이 의식이 어떻게 진행될지 알고 있었다. 위엄 있는 모습으로 운명의 검에 다가가 한 손을 뻗어 검을 쥐고 순식간에 극적으로 운명의 검을 하늘 높이 들어올릴 것이다. 군중들은 놀라움을 숨지기 못하고 고개를 숙이며 자신을 선택 받은 자라고 칭할 것이다. 맥길 왕가의 가장 위대한 왕이자 영원히 링 대륙을 지배할 선택 받은 왕. 군중들은 이 모든 광경에 기쁨의 눈물을 흘릴 것이고, 개리스 왕에 대한 두려움으로 모두가 몸을 움츠리게 될 것이다. 군중들은 이러한